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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스피커

오토그라프와 고미 야스스케(高味康祐)

*수필집 오디오 순례

나는 나 자신의 저속함을 잘 알고있다.

 

 

고미 야스스케는 先代부터 극장을 운영하는 집안에서 태어납니다.

각종 공연은 물론 藝人들에게 둘러싸인 그의 유년이 풍부한 음악적 감수성의

모태라 할수 있겠습니다.

와세다高를 거쳐 메이지(明治)대학에 진학한 그는 학도병으로 참전,중국으로 갑니다.

전쟁이 끝난후 돌아와보니 자신이 자랐던 외가는 소실되어 모든것을 잃게되고

다리 밑에서 생활하는 비참한 생활을 하던중 눈내리는 어느날 레코드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있는 고미를 본 주인은 가게안으로

고미를 들이고 이후 신쵸(新潮)의 편집장이며 명망높은 음악애호가였던

사이토 슈이치에게 고미를 소개하기에 이릅니다.

사이토의 집에서 들은건 베토벤의 교향곡7번.

그는 이렇게 좋은 음으로 베토벤을 들을수 있다는데 매우 놀랐습니다.

그것은 말 그대로 天上의 音이었습니다.

이때 고미는 後日 오디오巡礼에 記述한 것처럼 "음악을 듣기 위해선 레코드와 오디오를

구입할 돈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윽고 음악을 듣기 위해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팔리는 소설을 쓰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논란이된 엽색소설들,그리고 무협소설들이 이때 많이 쓰여지게 됩니다.

 

 

*탄노이 오토그라프(모니터 실버).

원래는 데카의 데콜라를 공수하려 했으나 지인이 먼저 구입하는 바람에 결국

그보다 더 비싸고 당시 최고라고하는 오토그라프를 최초로 소장하게 된다.

쿼드의 파워앰프와 매킨토시진공관앰프,그리고 JBL의 앰프로 번갈아 구동하며

베토벤의 교향곡이나 바하의 마태수난곡을 고개숙여 흐느끼며 들었다.

그는 음악이 인간의 저속함을 淨化(정화)시켜 준다고 믿었다.

 

 

*아쿠다가와 류노스케​(芥川 龍之介)

​이윽고 1952년,단 한번의 시도끝에 소설 丧神으로 아쿠다가와賞을 수상하게 됩니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것은 드뷔시였다고 합니다.​

​상금으로 오디오를 구입하게 되었으나 순수문학에 뜻을 두었던 고미는 괴리감에 갈등합니다.

 

"소설이란것은 요컨대 뿌리도 잎도 없는 거짓입니다.

거짓을 쓰고 돈을 받는다는 것에 매우 단순한 도의적 저항감을 느낍니다.

레코드를 사기 위해 마작에 손을 댄 고미는 큰 돈을 만지게 되지만 결국 각성하게 됩니다.

"이런 돈으로 레코드를 살 정도라면 나는 지금까지 무엇에 맞서온 것인가?!.

큰 소리로 울고 싶을만큼 내 자신이 초라하여 견딜수가 없다.

나에게 있어 음악은 윤리관과 결부되는 예술이 아니던가,

나는 나 자신의 저속함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음악으로 정화된다.

고뇌의 나날,실의의 나날,그런만큼 스피커 앞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며

바하나 베토벤을 들었다"

 

-수필집 오디오 巡礼중에서.​

 

 

 

서방의 음 초판본

1962년 데카의 데콜라(DECOLA)를 구입하기 위해 영국런던으로 날아간 고미는 데카의

본사 응접실에 설치된 데콜라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을 듣고는 "내가 이때만큼 돈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낀적이 없었다"고 회고 했습니다.

일본으로 돌아온 고미는 데콜라를 구입하기 위해 영국에 있는 친구에게 돈을 보내려 했지만

사이토가 먼저 구입함에 따라 당시 가장 높은곳에 있던 오토그라프를 주문하게 됩니다.

이후 여러 앰프로 울리며 오토그라프를 조율해 나갔으며 죽어 숨이 멎을때까지 심취했던

애장스피커가 됩니다.

 

"마란츠7과 8B,짐 랜생(JBL)의 SG520과 SE400S그리고 매킨토시의 MC275와

번갈아가며 듣고 있다.내가 생각해도 오디오의 혜택에 눈물이 그칠줄 모르고

흘러내릴 만큼 훌륭한 음으로 울린다"

-수필집 '오디오 巡礼'중에서.

 

1965년 길을 건너던 노파와 어린아이를 치인 사건으로 죄책감에 사로 잡혀 마음이

고통스러웠을 때나 빈곤의 바닥에서 기어 올랐을때나 그를 치유하고 淨化시겼던것은

늘 음악이었습니다.

그가 죽기전에 듣고 싶은 곡으로 꼽았던 베토벤 교향곡 3번의 2악장,7번의 아다지에토악장,

그리고 피아노소나타 op.106,109,111의 아다지오 악장中 그가 마지막에 들었던 곡은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32번 op111번 이었음을 그의 딸의 증언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베토벤이 숨을 거둔날 폭풍우와 벼락이 동반된 험한 날이었음을 알았던 고미는 이렇게 씁니다.

"만일 내가 죽을때 날씨에 이변이 있다면 내가 베토벤 곁으로 가는 것이다".

 

​-수필집 '西方의 音'중에서